[선거 기획] 멕 휘트먼, 가주 첫 여성 주지사 출마 IT 여걸
정치경력 없지만 나의 도전은 변화 만들어낼 것 이베이에서 했던 것처럼 스몰 비즈니스 성장 돕겠다 공무원 감원하고 공립학교 수준 끌어올릴 것 '돈선거' 비난 막고 막판까지 지지율 유지가 관건 일대일로 앉아 질문과 대답을 주고받는 평범한 인터뷰 대신 이날 행사에 초대한 휘트먼 후보는 ‘여걸’이라는 별명이 잘 어울릴 만큼 큰 키와 빠르고 정확한 말솜씨로 상대방을 압도했다. ■알고보니 엄친아 “내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난 항상 ‘나는 엄마의 딸이죠’라고 말한답니다.” 이베이 전 최고경영자(CEO)이자 억만장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다니는 휘트먼 후보는 존경하는 사람으로 항상 어머니 마가렛을 꼽는다고 말했다. 지난 1월 사망한 그녀의 어머니는 휘트먼과 형제들에게 “도전을 두려워하지 말고 변화를 만드는 행동을 실천하는 삶을 살라”고 가르쳤다. 실제로 마가렛 휘트먼은 만만치 않은 삶을 살았다. 세 자녀를 둔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그녀는 2차 세계 대전이 일어나자 적십자의 봉사자가 됐다. 또 항공기 기술자가 부족하다는 소식을 접하자 그 즉시 자원, 4년 만에 기술자 자격증을 딴 후 첫 여성 항공기 및 지프 기술자로 부대에 배치돼 근무했다. “덕분에 나도 웬만한 차량 수리는 할 줄 안다”는 휘트먼 후보는 “주지사 후보로 출마하는 것을 놓고 고민할 때 엄마의 격려가 큰 힘이 됐다”고 소개했다. 그녀의 어머니는 정치 경험이 없다는 주위의 우려로 결정을 미루고 있는 휘트먼 후보가 찾아오자 “주지사직에 도전했다는 것만으로도 캘리포니아주에 변화를 만들어낸다면 성공한 것”이라는 말로 딸의 정치활동을 밀었다. ■스몰 비즈니스 지원 강조 휘트먼 후보는 의사가 되기 위해 프린스턴대에서 물리학과 수학을 공부했지만 여름방학동안 매거진 광고를 세일하는 파트타임을 경험한 후 경제학으로 전공을 바꾸고 졸업 후 하버드 경영대학원(MBA)에 진학했다. 휘트먼 후보의 첫 직장은 오하이오 신시내티에 있는 프록터&갬블사다. 그곳에서 생산품 관리 및 매니저로 일하며 능력을 인정받은 그녀는 샌프란시스코의 베인&컴퍼니, 디즈니사와 스트라이드 라이츠를 거쳐 인터넷으로 전국에 꽃을 배달하는 FTD의 최고경영자가 되면서 본격적으로 경영 능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이베이의 CEO로 취임할 당시 직원은 30명. 수익도 400만 달러에 그쳤으나 10년동안 회사를 운영하며 직원 1만5000명, 연수익 80억 달러를 올리는 대기업으로 성장시켰다. 포춘매거진은 매년 그녀의 이름을 ‘가장 영향력있는 여성 톱 5’에 올렸으며, 하버드비즈니스리뷰, 파이낸셜타임즈도 각각 휘트먼의 이름을 ‘최고 경영자’ 명단에 포함시켰다. 화려한 경력의 대기업 경영자가 자영업자가 많은 이민자 커뮤니티에 어떤 관심을 가질 수 있을까. 휘트먼 후보는 “수백 만개의 스몰 비즈니스가 이베이를 통해 거래하면서 성장했다”며 “이베이에서 그랬던 것처럼 스몰 비즈니스의 성장을 돕는 주정부로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지출 줄이고 공립교육엔 책임 물을 것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는 가주 적자재정에 대해 “공무원 감원을 통해 정부지출을 삭감하겠다”는 간단명료한 답을 내놨다. 휘트먼 후보는 “인터넷 거래가 활성화되기 이전에 난 이미 하이텍 기업을 운영한 경험이 있다”며 “전자시스템을 도입해 업무 과정을 개선하면 불필요한 부서 인원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비즈니스 지원에 필요한 부서엔 과감히 인력을 배치해 정부가 효율적으로 운영되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립교육 개선에 대한 공약에도 자신감을 드러냈다. 휘트먼 후보는 “가주의 교육 수준이 미 전국에서 49번째다. 미시시피보다 낫다는 건데 더 이상 이를 모른 척 하는 건 우리의 미래가 위험하다”며 “난 뉴욕의 콜드스프링하버 공립고등학교를 졸업했다. 내가 직접 공립학교를 다닌 만큼 시스템의 장단점을 잘 안다. 각 학교에 운영권에 대한 자율성을 부여하는 대신 책임제를 통해 학력 수준을 끌어올리겠다”고 큰소리쳤다. 휘트먼 후보가 말한 학교 책임제 시스템은 현재 매사추세츠주가 도입하고 있는 시스템이다. 미트 롬니 주지사는 직접 “매사추세츠는 학력평가 시험 결과가 3년 이상 떨어지는 학교는 주정부가 직접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휘트먼 후보는 예선이 코 앞에 다가왔지만 투표를 해달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대신 “ 내가 내 건 공약을 주위 사람들과 나눠달라. 실천이 가능한 지 따져봐달라. 실업률이 떨어지고 학력수준이 올라가는 안정된 주정부로 운영할 수 있는 지 내 능력을 검토해달라”고 말했다. ■정치 경력이 없다 2009년 9월 22일 주지사 출마를 발표한 그녀의 뒤에는 미트 롬니 매사추세츠 주지사와 존 매케인 연방상원의원, 딕 체니 전 부통령이 있었다. 곤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도 “휘트먼은 가주 최초의 여성 주지사가 될 것”이라며 지지를 보냈다. 휘트먼 후보의 정치 경력은 전무하다. 2007년 공화당원으로 등록한 후 전 베인&컴퍼니 최고경영자이자 매사추세츠 주지사인 미트 롬니의 대선 경선 캠페인에서 재정을 담당한 것이 그녀의 공식적인 첫 정치 활동으로 꼽힌다. 롬니 주지사가 경선을 포기하고 존 맥케인 후보를 지지하기로 결정한 후에는 맥케인 후보 캠페인의 전국 공동 후원회장을 맡으며 기금 모금에 앞장섰다. 그녀는 맥케인이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휘트먼을 재정부 장관으로 임명할 뜻을 밝혔을 만큼 신임을 받았다. 하지만 그녀의 지원은 공화당에만 국한돼 있지 않아 일부 보수파 공화당원 사이에서는 논란이 되고 있다. 2004년 공화당인 톰 딜레이 연방하원의원에게 22만5000달러를 지원할 때 민주당인 바버러 박서 연방상원의원에게도 4000달러를 기부하고, ‘박서의 친구’ 후원회에도 참여한 기록이 있다. ■여론조사 갈수록 인기 떨어져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휘트먼 후보는 현재 고전중이다. 지난 5월 20일까지 그녀가 사용한 선거 자금은 6400만 달러. TV광고의 효과로 처음엔 상대방 후보인 스티브 포이즈너와 50% 포인트 이상 격차를 보이며 리드했지만 선거를 코앞에 둔 현재는 10% 포인트 미만대로 좁혀진 상황이다. 이는 민감한 이슈에는 중도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과도 무관치 않다. 휘트먼 후보는 애리조나가 제정한 주법을 반대하며 불체자에게 합법적인 체류신분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반대 여론이 높아지자 사면안은 반대한다는 광고를 내보내고 있는 중이다. 최근에는 그녀가 이사로 있던 골드만삭스와 부정거래 스캔들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60%가 넘었던 그녀의 지지도는 40%대로 떨어진 상태다. ■멕 휘트먼 후보는 ▷ 나이: 53세 ▷ 생년월일: 1956년 8월 4일생 ▷ 출생지: 뉴욕 롱아일랜드 ▷ 거주지: 북가주 애서턴(Atherton) ▷ 가족관계: 스탠포드 신경외과 의사인 남편 그리피스 하시와 두 아들(25살과 22살) ▷ 교육: 프린스턴대 경제학과 하버드 경영대학원 ▷ 주요 경력: -1989~92년 월트디즈니사 상임 부회장 -1994~95년 어린이신발전문업체 스트라이드 라이츠 회장 -1995~97년 온라인꽃회사 FTD 회장 및 최고경영자 -1997~98년 장난감ㆍ보드게임회사 '해스브로' 프리스쿨디비전 총 책임자 -1998~08년 온라인 옥션 비즈니스 이베이 전 최고경영자(CEO) ▷ 공약: -일자리 창출: 불필요한 규정을 없애고 비용과 세금을 삭감해 2015년까지 최소 200만 개의 일자리 생산. -주예산 삭감: 공무원직을 4만 개로 줄여 150억 달러 규모의 지출 축소 -공립교육 정비: 학교 등급제를 도입하고 학교 운영에 대한 권리를 학부모와 교장 교사에게 부여하며 차터스쿨을 늘려 각 학교의 학업 수준 향상 글 = 장연화 기자, 사진 = 신현식 기자